친절함을 찾아서/상해출장
다섯명의 운영자가 중국의 신규 이용자가 된 까닭은? 본문
원래대로라면 일본 도쿄에 있어야 했다.
출발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갑작스러운 대지진 예보로 출장이 연기되었을 때 살짝 실망했지만 '일본은 많이 다녀왔으니 다른 곳을 가보는 것도 좋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산뜻한 기대감을 품었다.
3시간 이내의 비행시간, 다양한 콘텐츠 (재료/도구와 책 같은 유형의 콘텐츠와 문화라는 무형의 콘텐츠)를 담고 있는 대도시라는 조건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고, 아무도 가본 적 없지만 임시정부가 꾸려졌던 역사적 배경 (모두가 한 번씩 암기했던), 매콤 달달한 상하이치킨버거의 맛으로 묘하게 친숙한 상하이를 목적지로 정하는 건 꽤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기대는 생각보다 빨리 걱정으로 바뀌었다. 여행의 묘미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지만 우리의 영원한 믿을 구석이었던 구글, 아고다, 트립어드바이저 같은 여행계의 거대 플랫폼이 맥을 못 추는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숙소 예약을 하려는데 '현장 결제만 가능'이라는 초유의 안내를 받고 (재무팀 놀랄 소리) 우왕좌왕하다 중국 회사인 트립닷컴에서만 사전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feat. 여행사 전화 찬스) 극적으로 해결했고, 숙박료 결제와 별개로 인원당 상당한 금액의 보증금을 결제해야 한다는 것이 추가로 확인되어 재무팀과 긴박한 미팅을 해야 했다. (감사해요ㅠㅠ)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던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같은 굵직한 공간의 구글 리뷰는 수년 전 것이었고 그마저도 주소와 운영시간 등의 주요 정보가 제각각이었다. 중국 매체의 기사나 현지인의 생생한 리뷰는 (중국 인구가 그렇게 많은데도!) 그 망망한 웹 세계를 아무리 뒤져도 닿을 수 없었다. 친절한 블로거들이 화려하고 맛있는 상하이 여행기를 올려주어 참고는 됐지만 화려한 번화가의 야경, 명품쇼핑과 미슐랭 맛집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 넓고 낯선 대륙에서 신기하고 아름다운 재료, 도구를 만날 수 있는 상점, 개성 가득한 서점들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 걸까?
모를 땐 역시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른 법. 결국 상하이에 살고 있는 친구 만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만두야 나 상하이 출장을 가야 하는데 장소 검색도 못하겠어."
"따종디엔핑에 다 있어!"
"......"
"뭐라고? 다시 한번만 발음해줄래? 한글로 따종..이라고 앱스토어에 치면 돼?"
(검색도 못하는 중)
"이렇게 생긴 앱을 다운받아. 이거 다 받아야 돼."
"그리고 구글맵 대신 고덕지도를 봐야 해."
(버벅버벅 메모메모)
"내가 필요한 거 정리해서 보내줄게. 기다려봐. “

중국의 IT 기술 발전 속도가 어마어마하다는 뉴스를 어깨너머로 접하긴 했었는데, 앱을 다운로드하는 것이 이 나라를 방문하는 첫걸음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앱을 다운로드한 이후에도 중국 핸드폰 번호가 있는 사람만 가능한 회원가입 (한마디로 중국 거주인만 가능), 중국어로만 제공되는 정보 앞에서 그들만의 리그에 덩그러니 던져진 씁쓸함을 한껏 느꼈다. 에라 모르겠다 내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중국에서 현금은 구시대의 유물이 된 지 오래고, 모든 것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만 (알리페이, 위챗페이) 결제가 가능하다니 열심히 배워보는 수밖에....(덕분에 재무팀과 한층 가까워졌고....)




상하이에서 수년째 살고 있는 친구도 본인에겐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던 것들을 중국어 까막눈에 기계·기술 울렁증이 있는 친구의 관점에서 살펴보곤 새삼스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 이렇게나 상세한 가이드를 만들어 보내주었으니...
상하이의 도시 구조부터 적당한 호텔의 위치, 택시를 부르는 방법과 음식 주문하는 법, 결제 후 영수증을 요청하는 법까지 (출장에 임하는 회사원을 위한 맞춤 가이드!) 혹여 뭐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에 확 들어오는 색깔과 자세한 설명으로 선명하게 상황을 그려주는 자그마치 92페이지에 이르는 친절한 안내! ㅠㅠ
지나치게 두툼한 페이지수에 뭘 이렇게까지 싶어 잠시 당황했지만 곁에 있는 듯 찬찬히 말을 걸어오는 설명을 한 줄 한 줄 따라 읽다 보니 막막함이 자욱했던 눈앞이 서서히 맑아졌다. 비로소 상하이의 풍경이 어렴풋하게나마 그려졌고 이 여정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본래 이 출장의 목표는 꽤나 전문적인 것이었다. 특색 있는 공간의 프로페셔널한 운영자로서 상하이의 주요한 공간들을 둘러보면서 뾰족한 관점으로 쉽사리 보이지 않는 것들을 줄줄 읽어내고 친절한 공간을 더욱 친절하게 만드는 운영의 묘를 쏙쏙 뽑아오는.
그러나 직감했다. 이 출장에 임하는 우리의 모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린 지금 막 낯설고 거대한 상하이의 신규 이용자가 되었으므로.



상해 출장팀처럼 중국 도서관 찾아가기
중국 회사가 만든, 중국어로만 되어 있는 앱을 다운로드한다.
중국어로만 검색이 가능하므로 번역 앱에서 한국어 '도서관'을 중국어로 바꾼 다음 복사해서 붙여 넣기로 검색한다.
검색 결과가 자동 번역되지 않으니 다시 복사하여 번역 앱으로 번역한다.
어색한 번역 내용을 적당히 읽으면서 괜찮아 보이는 장소를 저장한다.
하지만 중국 휴대폰 번호가 없으면 앱에 회원가입을 할 수 없어 앱 내 리스트 기능을 쓸 수 없다. 대신 구글맵에 주소를 다시 복사해 검색하고 저장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구글을 사용할 수 없다.
구글에 접속하려면 VPN을 (나의 지정학적 위치를 속여주는(?) 우회 프로그램) 써야 한다.
문제는 VPN을 쓰면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지고, 그래서 꼭 필요할 때 온라인 정보에 접속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필요한 정보는 미리 목록을 만들어 PDF로 추가로 저장해 두는 게 안전하다.
앱을 사용해 택시를 부른다.
장소명은 중국어로만 입력 가능하니 미리 준비한 장소 이름을 복사해 사용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앱에서 자동으로 결제된다. 그런데 인터넷이 너무 느리면 결제가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결제가 완료될 때까지 앱에서 알림을 계속 보내주니 나중에 인터넷 연결이 되었을 때 결제하면 된다.
드디어 도서관에 도착한다.
형식적이면서 거창한 검색대를 통과해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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